2008년 11월 20일
그녀의 부재
내게 그녀는 유일무이하고 고유한 무엇이었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과 비교한다던가, 혹시나 다른 여자들이 그녀의 자리에 앉혀 질 수 있다고는 상상할 수 없다. 애초에 질적으로 다른 무엇이기에 상상 불가능하다. 이곳저곳 떠돌다가 헤어졌다면서, 동등한 위치에 놓고 '다른 여자들' 에 대해서 말하는데 난 이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 이 된 이상, 나는 상대가 절대적인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 혹은 그' 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녀가 맡아온 역할이나 관계가 중요해서 그 관계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상대와 바꿀 수도 있는 그런 도구같은 대상이 아니라. 하나뿐인 부모님이나 자식처럼 그런것 말이다.
이런 생각때문에 말다툼 한적도 있었는데. 그녀는 날 그냥 여러 남자들중에 여러 우연이 겹쳐서 우연히 애인사이가 되었을 뿐이고, 특별함이라고는 단순히 그런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뿐이라. 헤어지면 그냥 외로움이나 여러 연애 상대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서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나서 애인 자리에 그 사람을 앉혀 놓을 거라고 말하길래. 난 정상적인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그런게 아니라고 논박을 했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어떻게 상대를 도구같이 여길 수가 있을까?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도저히 공감할 수 가 없다.
예를들어 보자. 한 부부의 아들이 있다고 치면. 그 아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었다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 그 부부에게 그 아들이, '그 아들' 이 없어졌으니, 그 자리에 '다른 아들' 을 채워넣으면 해결되는 그런존재인가? 만약 아들을 어떤 특정한 필요에 의한 존재라고 여기면 그런식으 채움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그 아들을 사랑하고, 세상이 단 하나뿐인 존재로 아꼈다면? 절대 다른 것으로 채워지거나 다른 아들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내게 있어서 그녀도 같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런 특별한 상대와 이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하니. 그냥 내 존재의 일부를 지팅했던 누군가가 사라진 것처럼 허무하고 그 빈자리가 너무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이 허우함과 가슴아픔은 절대로 다른 무언가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기에 더더욱더 다른 것으로 채우거나 잊으려할 수록 그게 얼마나 나에게 큰 의미를 가진 것인지 절절히 느끼면서 더더욱 가슴이 아파진다.
윽 글 졸라 어렵게 써. 쓰는 나도 읽으려면 천천히 읽어야지 의미를 이해하겠네 ㅋㅋ ㅡ.,ㅡ;
# by | 2008/11/20 04:44 | 경험과 기억 | 트랙백 | 덧글(0)
2008년 11월 13일
이터널 선샤인을 보다 말고...
헬렌 피셔의 "왜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가" 라는 책이 기억났다. 사실 이 책을 보게 된 계기가 된게, 이별에 대한 기사 를 읽어서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찾아보니 인류학자이고 미국에서 이분야, 사랑이나 성에 대한 꽤나 명성이 있는 학자라는 걸 알게 되서 빌리게 됐는데(근데 이 기자 심하게 책을 거의 배껴썼다. 이건 그냥 독후감 수준인데, '책에서 인용한 부분' 도 있고, '기자의 생각' 의 생각도 있다. 하지만 그 기자의 생각이란게 책에 나온 그대로임-_-;; 게다가 교묘하게 마치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이런거 같다" 는 식으로 써있는 기사 내용까지 사실은 책에 다 적혀있는 그대로를 옮겼을 뿐이고. 무슨 설문조사의 내용이라던가 암튼 첨부터끝까지 그냥 책 리뷰인데 왜 기사인척 써놨는지 모르겠네;)
이책에서는 실은 기사에 나왔던 실험을 하기 전에 '사랑에 빠져있는 그것도 심각하게' 사람들을 모아서 먼저 실험을 하고, 그 뒤에 기사에 나온 실연당한 사람들을 모아서 실험을 한다. 이책을 읽는내내 하루내내 상대 생각뿐이고, 모든게 상대와 연결되는 그야말로 실험에 딱 맞는 상태였는데, 실험 내용이 구구절절 다 들어맞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터 점점 여자친구한테 심하게 화를 내게 됐던것 같다. 왜? 사랑을 하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나 현상을, 그녀에게선 찾아볼 수 없어서. 사실은 그녀가 날 그렇게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좀더 과학적으로 확인 사살당한 기분에 그냥 잊고있었던, 구지 따지려고 하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책에의해서 들춰지면서 총을 갈겨댔으니..
요즘 폭식증에 걸렸다. 사실 이렇게 이전에 헤어졌을때와 달리 '비교적' 멀쩡하게 지내고 있는건, 스스로 헤어졌다고 인정하고 있지 않는 상태라서다. 예전에는 좀더 격렬하게 몸과 마음이 반응했는데 말이다. 근데 드문드문 잊어버리려고 하고,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 불편한 현실' 이 고개를 살짝살짝 내밀때마다 '공황' 비슷한 상태를 겪는데. 마치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빠져나갈 수도 없는 어쨌든 내 한계를 들어대는 모든 상황에서 느끼는, 어떤 공포영화의 한 무대에 서 있으면 느낄법한 그런 감정에 빠져서 주체가 안된다. 게다가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그게 현실이란 것. 마치 엄마에게만 의지했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버려서 세상에 홀로 남겨져서 세상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겠지?
그러면서 알게된 사실은, 그 현실을 난 되도록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과식과 폭식으로(최근에 5kg이상 쪘다. 근데 나 안여돼아님... 180cm에 71kg임-_- 어쨌든) 생각을 깊이하길 방해하기위해,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고 오로지 '몸' 과 '위'에 정신을 쏠리게 해서 그 현실과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고, 온갖 심리적인 안전장치도 마련해놨어. 내가 화나서 했던 말이나 들었던 말은 이미 다 잊어버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 들었는지도 무의식적으로 억압해서 잘 기억도 안나고. 그밖에 사실 헤어진게 아니라 그냥 헤어지자는 소리만 들었지 내가 무슨 대답을 한게 아니라면서. 게다가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는 상대에 어떤 희망을 가진다거나...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 쳐하면 필사적으로 마주하면서 온몸으로 들이대면서 빌고, 울고 애원해서 되돌려 놓았는데. 지금은 그냥 현실도피중. 그렇게 현실을 마주하면 못견딜 것 같다는걸 이미 몸이 학습해서인지. 그냥 빛이 없는 지하감옥에서 구원의 빛만을 기다리면서, 은근히 앓는 중이다. 앓는 다는 것도 잊으려 하면서...
아 우울해 원래 이런 내 이야기를 하려던게 아니었는데...ㅠㅠ
# by | 2008/11/13 02:36 | 경험과 기억 | 트랙백 | 덧글(0)
2008년 10월 30일
오전 내내 울기만 하다
오늘은 오전내내 울기만 했다. 그냥 구체적인 이유 없이 그냥 흘러만 내리길래..
오후에는 잠깐 공과금(?) 같은걸 내라고 시킨게 있어서 우체국을 다녀왔는데, 표를 뽑고 기다리는 내내 펑펑 울음이 나오게 되는건 아닌가 조마조마 하면서 기다리다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먹은게 하나도 없다...기 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라고 생각하지, 그 이전에는 먹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었다.
그냥 그렇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삶의 목표라던가 의미라던가 거창한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게 아니라 그냥 구체적인 것들, 왜 먹어야 하는지, 왜 자야하는지, 왜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하는지, 왜 뭔가를 듣고 읽고 봐야하는지. 모르겠어.
어떤 피아니스트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피아노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서, 가족들은 물론 자기 자신이 성인이 될때가지 피아노를 위한 교육과 생활, 취미 행동들 뿐이었고 피아니스트인게 하나의 직함이 아니라 마치 엄마나 아빠 같은 수준의 존재 자체를 가르키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다 그렇게 잘나가려던 피아니스트는 심리적인 이유로, 갑자기 피아노만 치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병에 걸리게 되었지... 그래서 그녀의 삶의 모든 것이었던, 그녀 자체를 만들었던 이전의 삶 모든게 다 부숴져버린거다.
그렇게 삶이 홍두리째 뿌리뽑혀서 삶의 하나하나가 낮설어 졌다. 밥을 왜 먹어야 하지? 피아노 쳐야될 일도 없는데. 잠은 왜 자는거지? 내일 일어나서 피아노 연습할 필요도 없는데. 산다는 건 뭐고 '나'는 뭐지. 난 분명히 피아노치는 사람으로서 존재해왔는데. 다르게 사는건 모르겠는데. 취미로 즐겼던 게임이나 기분전환으로 즐겨온 영화 게임 책 TV 도대체 왜 봐야하는거지? 난 그것들을 기분전환, 피아노를 치면서 부족했던 여러가지 필요에 의해서 봤는데 도대체 그런 모든 행위들이 무슨 의미인지. 수많은 색깔로 채색되었던 세상이 이제는 흑백으로 밖에 안보인다. 아무런 의미도 감정도 이유도 없는 그런.
내가 기억하기론 그 피아니스트는 여러가지 구원의 계기가 있었지만 결국은 그냥 비극적으로 끝났던게 아니었나 기억한다. 그녀의 삶의 일부분의 파괴가 아니라, 삶 자체였던게 모든 파괴되고 부정되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런 파괴가 낳은 상처가 너무 커서 어떤 것도 제대로 도움이 안된게 아닐까.
그토록 피아노만을 존재했고, '피아노 치는 사람' 으로서 존재해왔는데 신은 왜 그녀의 손가락을 마비시켜 버렸을까?
내 손가락 역시 마비된 것 같다. 억지로 치려고 하면 칠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은 몇주간은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원래 우울한 성격이었다. 우울증 테스트 문항 따위를 하면 우울증이라고 의심해볼만한 수치의 배는 넘겨줬었는데. 결정적인건 그건 '우울함' 이 많은 상황이었다는 거고 지금은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 '우울함' 과 '우울증' 은 매운걸 먹어서 속이 쓰린 감각을 느끼는 것과 위궤양이 걸리다 못하 구멍까지 뚫린 것과 비슷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내 경우에는 단순히 뇌생리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험한 상태까지...
그녀는 내가 이렇게 까지 살아오고 겪어왔는데 왜 이렇게까지 상처를 주는거지. 나 역시 그녀가 삶의 전부였다. 마치 종교와 같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내 삶과 세상이 가진 모든 의미들이 새롭게 의미지어지는 창조부터 시작해서. 내 삶을 그녀를 중심으로 살게하는 것까지.. 모든게. 그녀라는 말 조차도 나는 불편하다. 나한테는 그녀가 일반적인 명사가 절대 될 수 없는 그어떤 일반명사로 환원 할 수 없는 고유 명사였다. 마치 기독교인에게, 기독교의 신을 다른 수많은 신들의 이름과 같이 나열해 놓고 어떤 지역에서 믿어져오던 하나의 신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더이상 뭐라고 더 해야할까?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건 죽는 것. 죽는게 쉽지 않다는 것만이 문제이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던가, 그밖에 기억 안나지만 다른 모든 말들도 짜증난다. 특히나 그녀의 입에서 그런말이 나오면 화가 난다. 위에서 말한 피아니스트한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고 말할 수 있겠나? 아니면 피아노를 해왔던 지식과 경험으로 관련된 다른일을 하라던가...
# by | 2008/10/30 21:59 | 경험과 기억 | 트랙백 | 덧글(3)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