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울기만 하다

오늘은 오전내내 울기만 했다. 그냥 구체적인 이유 없이 그냥 흘러만 내리길래..
오후에는 잠깐 공과금(?) 같은걸 내라고 시킨게 있어서 우체국을 다녀왔는데, 표를 뽑고 기다리는 내내 펑펑 울음이 나오게 되는건 아닌가 조마조마 하면서 기다리다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먹은게 하나도 없다...기 보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 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구나"라고 생각하지, 그 이전에는 먹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었다.

그냥 그렇다.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삶의 목표라던가 의미라던가 거창한 의미에서 그렇게 표현한게 아니라 그냥 구체적인 것들, 왜 먹어야 하는지, 왜 자야하는지, 왜 건강한 삶을 유지해야하는지, 왜 뭔가를 듣고 읽고 봐야하는지. 모르겠어.

어떤 피아니스트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피아노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서, 가족들은 물론 자기 자신이 성인이 될때가지 피아노를 위한 교육과 생활, 취미 행동들 뿐이었고 피아니스트인게 하나의 직함이 아니라 마치 엄마나 아빠 같은 수준의 존재 자체를 가르키는 이름이 되었다. 그러다 그렇게 잘나가려던 피아니스트는 심리적인 이유로, 갑자기 피아노만 치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병에 걸리게 되었지... 그래서 그녀의 삶의 모든 것이었던, 그녀 자체를 만들었던 이전의 삶 모든게 다 부숴져버린거다.

그렇게 삶이 홍두리째 뿌리뽑혀서 삶의 하나하나가 낮설어 졌다. 밥을 왜 먹어야 하지? 피아노 쳐야될 일도 없는데. 잠은 왜 자는거지? 내일 일어나서 피아노 연습할 필요도 없는데. 산다는 건 뭐고 '나'는 뭐지. 난 분명히 피아노치는 사람으로서 존재해왔는데. 다르게 사는건 모르겠는데. 취미로 즐겼던 게임이나 기분전환으로 즐겨온 영화 게임 책 TV 도대체 왜 봐야하는거지? 난 그것들을 기분전환, 피아노를 치면서 부족했던 여러가지 필요에 의해서 봤는데 도대체 그런 모든 행위들이 무슨 의미인지. 수많은 색깔로 채색되었던 세상이 이제는 흑백으로 밖에 안보인다. 아무런 의미도 감정도 이유도 없는 그런.

내가 기억하기론 그 피아니스트는 여러가지 구원의 계기가 있었지만 결국은 그냥 비극적으로 끝났던게 아니었나 기억한다. 그녀의 삶의 일부분의 파괴가 아니라, 삶 자체였던게 모든 파괴되고 부정되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런 파괴가 낳은 상처가 너무 커서 어떤 것도 제대로 도움이 안된게 아닐까.

그토록 피아노만을 존재했고, '피아노 치는 사람' 으로서 존재해왔는데 신은 왜 그녀의 손가락을 마비시켜 버렸을까?

내 손가락 역시 마비된 것 같다. 억지로 치려고 하면 칠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은 몇주간은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원래 우울한 성격이었다. 우울증 테스트 문항 따위를 하면 우울증이라고 의심해볼만한 수치의 배는 넘겨줬었는데. 결정적인건 그건 '우울함' 이 많은 상황이었다는 거고 지금은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  '우울함' 과 '우울증' 은 매운걸 먹어서 속이 쓰린 감각을 느끼는 것과 위궤양이 걸리다 못하 구멍까지 뚫린 것과 비슷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내 경우에는 단순히 뇌생리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험한 상태까지...

그녀는 내가 이렇게 까지 살아오고 겪어왔는데 왜 이렇게까지 상처를 주는거지. 나 역시 그녀가 삶의 전부였다. 마치 종교와 같았다. 그녀를 중심으로 내 삶과 세상이 가진 모든 의미들이 새롭게 의미지어지는 창조부터 시작해서. 내 삶을 그녀를 중심으로 살게하는 것까지.. 모든게. 그녀라는 말 조차도 나는 불편하다. 나한테는 그녀가 일반적인 명사가 절대 될 수 없는 그어떤 일반명사로 환원 할 수 없는 고유 명사였다. 마치 기독교인에게, 기독교의 신을 다른 수많은 신들의 이름과 같이 나열해 놓고 어떤 지역에서 믿어져오던 하나의 신이라고 말하는 것 처럼. 더이상 뭐라고 더 해야할까? 지금 내가 가장 원하는건 죽는 것. 죽는게 쉽지 않다는 것만이 문제이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던가, 그밖에 기억 안나지만 다른 모든 말들도 짜증난다. 특히나 그녀의 입에서 그런말이 나오면 화가 난다. 위에서 말한 피아니스트한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거라고 말할 수 있겠나? 아니면 피아노를 해왔던 지식과 경험으로 관련된 다른일을 하라던가...

by 라피르 | 2008/10/30 21:59 | 경험과 기억 | 트랙백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fkvlfm.egloos.com/tb/470204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10/31 04:1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h at 2008/11/13 03:14
힘내세요~
개개인의 경험이나 이유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 개인들의 경험이 모여서 하나의 추상적인 이론을
형성한다면 개개인이 자기 나름대로 적용할 수 있는 틀이 되겠지요..
마치 점쟁이가 두루뭉실하게 던진 말들을 각자 나름대로 상상하듯이
말이죠..그러고 보면 종교도 그런 면에서 탄생한 것은 아닌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경전따위가 없던 때 그들은
각자 경험을 모아서 그 나름의 뭔가를 만든 것이 아닌지..
그렇다면 그들이 보이는 종교란 것도 진리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끝자락쯤은 되지 않을까 싶군요..^^;;

머 각설하고..
왜 사는지는 각자 이유가 있겠지요..
저도 요즘 자살을 생각하고 직접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내 삶이 나만의 삶이 아니란 거죠..
가족들이 있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눈에 안 들어오지만
내가 없으면 너무 슬퍼할 엄마 아빠...
그래서 정말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너덜거려서 더 이상 너덜거릴 것도 없는 삶이지만
살아갑니다..

전 옆에서 깨어있는 사람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패닉일수도 아니고 현실일수도 있는데..
아무튼 상황이 그렇습니다...
낮에조차 그러니 말 다했죠..
지금 이시간은 깨어나 있습니다..
잠자기가 무서워서............후..
처음에는 죽고싶더라구요...
인간이 마음대로 잠도 못자고
자는거 자체가 두려운 상황........
님도 기운내세요..^^
Commented by 라피르 at 2008/11/13 21:12
자세히 사정을 알 순 없지만 힘드신 시기를 보내시고 계시군요
제 이야기에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님도 힘내세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